공복혈당 94. 정상입니다. 그런데 바로 아래 당화혈색소가 5.9%로 찍혀 있고 경계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같은 혈당을 보는 검사인데 하나는 정상이고 하나는 아니라니,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요. 둘 다 맞습니다. 보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사진, 하나는 영상입니다공복혈당은 검사 당일 아침 한 순간의 값입니다. 8시간 넘게 굶은 상태에서 잰 값이죠. 사진 한 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화혈색소는 다릅니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얼마나 달라붙었는지를 보는데, 적혈구가 두세 달을 살기 때문에 지난 2~3개월의 평균이 반영됩니다. 이쪽은 영상에 가깝습니다.그러니 공복혈당이 정상인데 당화혈색소가 높다는 건, 아침 공복은 괜찮은데 나머지 시간에 혈당이 높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대개는 식..
심전도는 검진에서 몇 분이면 끝나는 검사입니다. 가슴과 손발에 전극을 붙이고 잠깐 누워 있으면 되죠.그런데 결과지에 낯선 말이 적혀 옵니다. 조기재분극, 불완전우각차단, 비특이적 ST-T 변화, 좌심실비대 의심 같은 것들이요. 하나같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들입니다. 심전도가 보는 것심장은 전기 신호로 움직입니다. 신호가 위쪽에서 만들어져 아래로 퍼지면서 심장 근육을 순서대로 수축시켜요.심전도는 그 전기 신호가 지나가는 모양을 그래프로 그린 겁니다. 심장의 구조나 기능을 직접 보는 게 아니라, 전기가 어떻게 흐르는지만 봅니다.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심전도에서 "좌심실비대 의심"이 떠도 실제로 심장 벽이 두꺼운지는 심장초음파로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심전도는 어디까지나 전기 신호로 짐작하는 검사예요...
결과통보서 한쪽에 "재검사 요망" 또는 "2차 검진 대상"이라고 적혀 있습니다.여기서 많은 분이 멈춥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가 안 적혀 있으니까요. 그러다 몇 달이 지나고, 다음 검진에서 같은 통보를 또 받습니다. 재검사는 진단이 아닙니다검진은 선별을 하는 검사입니다. 많은 사람을 빠르게 훑어서 "이 사람은 한 번 더 볼 필요가 있겠다"를 골라내는 게 목적이에요. 확진은 애초에 검진의 역할이 아닙니다.그래서 재검사 통보는 "병이 있다"가 아니라 "확인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다시 재봤더니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혈압은 그날의 긴장으로 오르고, 혈당은 전날 저녁에 반응하고, 소변 잠혈은 생리 중이면 그냥 양성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한 번의 값으로 ..
회사에서 받는 검진, 공단에서 안내문이 오는 검진, 그리고 돈을 내고 받는 종합검진. 이름도 여러 개이고 항목도 달라서 헷갈립니다. "국가검진만 받아도 충분한가", "종합검진은 꼭 받아야 하나" 하는 질문이 여기서 나옵니다. 국가검진은 "흔하고 중요한 것을 값싸게 걸러내는" 검사이고, 종합검진은 "더 넓게 보는" 검사입니다. 목적이 달라서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국가검진을 안 받으면서 종합검진만 받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둘의 차이 국가건강검진종합검진비용공단 부담대상자는 사실상 무료본인 부담항목에 따라 크게 달라짐목적선별 — 흔하고 중요한 질환을놓치지 않기확장 — 국가검진에 없는항목까지 보기항목정해져 있음패키지 선택근거국가 차원의 검토를 거쳐항목이 정해집니다기관과 패키지에 따라..
소변검사 결과에는 단백과 잠혈 말고도 여러 항목이 함께 적혀 옵니다. 요당, 케톤, 요비중, pH 같은 것들이죠.대부분 음성으로 나오니 그냥 넘기게 되는데, 하나가 양성으로 뜨면 그때부터 궁금해집니다. 이 항목들은 몸의 상태를 옆에서 비춰주는 보조 지표입니다. 그 자체로 병을 진단하지는 않지만, 혈액검사와 함께 보면 의미가 생깁니다. 특히 요당은 혈당과, 케톤은 식사 상태와 짝을 이룹니다.요당 — 혈당이 넘쳐 흘렀다는 신호콩팥은 포도당을 소변으로 버리지 않고 다시 흡수합니다. 그런데 혈당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다 걷어내지 못하고 소변으로 새어 나갑니다. 이 지점을 신장 역치라고 하는데, 대개 혈당 180mg/dL 안팎입니다.그래서 요당이 양성이라는 건 어느 순간 혈당이 상당히 높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혈액검사 항목에 백혈구 수가 있습니다. 이게 정상 범위를 살짝 벗어나 있으면 덜컥합니다. 백혈구라는 단어에서 바로 백혈병을 떠올리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 수치는 몸 상태에 따라 하루에도 오르내리는 항목입니다. 한 번 살짝 벗어난 것만으로는 아무 결론도 나지 않습니다. 백혈구는 감기, 스트레스, 흡연, 운동, 심지어 검사 시간대에도 반응합니다. 그래서 재검사가 먼저입니다.백혈구는 무엇을 보는 검사인가백혈구는 몸에 들어온 침입자와 싸우는 세포입니다. 세균, 바이러스, 염증에 반응해 늘어납니다.참고 범위는 대개 4,000~10,000/μL 정도인데, 검사실마다 다르니 결과지에 인쇄된 범위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중요한 건 이 숫자가 지금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콜레스..
이 블로그에서 TSH가 높게 나온 경우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 상황도 있습니다. TSH가 낮게 나오는 경우입니다. 결과지에 TSH 0.2 같은 숫자가 찍히고 '낮음' 표시가 붙어 있는데, free T4는 정상입니다. 높은 것도 아니고 낮은 건데, 이건 또 무슨 뜻일까요. TSH만 낮고 갑상선호르몬(T4·T3)이 정상이면 '무증상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무섭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바로 치료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왜 TSH가 낮아질까앞서 TSH를 액셀에 비유했습니다. 뇌하수체가 갑상선에게 "더 만들어라"라고 보내는 신호죠.이번엔 반대입니다. 갑상선호르몬이 넉넉하다고 판단되면 뇌하수체가 액셀에서 발을 뗍니다. 그래서 TSH가 낮아집니다.즉 TSH가 낮다는 건 몸이..
검진 결과지에 B형 간염 표면항원과 표면항체가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각각 양성이나 음성으로 나오는데, 어느 게 좋은 건지 헷갈립니다. 항원이 양성이면 좋은 걸까요, 항체가 양성이어야 하는 걸까요. 이름이 비슷해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항체가 양성이어야 좋습니다. 항원이 양성이면 현재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항체가 양성이면 방어력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둘 다 음성이면 방어력이 없는 상태라 백신을 고려해야 합니다.항원과 항체는 정반대입니다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가리키는 게 완전히 반대입니다.표면항원 (HBsAg) — 바이러스의 껍데기입니다. 이게 검출된다는 건 지금 몸 안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뜻입니다표면항체 (anti-HBs) — 그 껍데기를 알아보고 공격하는 우리 몸의 방어 무기입니다. ..
국가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받으면 맨 위 종합소견에 정상A, 정상B, 질환의심, 유질환자 중 하나가 찍혀 있습니다.그런데 '정상B'라는 말이 애매합니다. 정상이라는데 왜 B일까요. A와 B는 뭐가 다른 걸까요. 정상B는 "정상과 질환의 경계"라는 뜻입니다. 병은 아니지만 생활습관을 손봐야 하는 구간이에요. '정상'이라는 글자만 보고 넘기기 쉬운데, 사실은 가장 되돌리기 쉬운 시점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네 가지 판정이 뜻하는 것판정의미정상A건강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정상B정상과 질환의 경계식생활·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합니다질환의심진료를 통해 재평가나 치료가 필요합니다유질환자이미 해당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입니다'정상B'가 가장 오해받는 판정입니다앞에 '정상'이 붙어 있어서 안심하게 됩..
검진 결과지 맨 앞에는 키와 몸무게,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가 적혀 있습니다. 다들 대충 넘기는 부분이죠.그런데 이 블로그에서 다른 항목을 정리하면서 계속 마주친 숫자가 있습니다. BMI 23, 허리둘레 남 90cm · 여 85cm.지방간 진단 기준에도, 당뇨병 선별검사 기준에도 똑같이 등장합니다. 결과지 맨 앞의 이 숫자가 사실은 뒤쪽 항목들의 판단에 계속 끼어들고 있었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BMI 23부터 '비만 전 단계'입니다. 서양 기준(25)보다 낮습니다. 그리고 여러 검사에서 위험인자를 따질 때 이 23이라는 숫자가 그대로 쓰입니다.BMI 단계별 구분체질량지수분류18.5 미만저체중18.5 ~ 22.9정상23 ~ 24.9비만 전 단계 (과체중)25 ~ 29.91단계 비만30 ~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