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 결과지의 지질 항목에는 숫자가 네 개나 있습니다. 총콜레스테롤, LDL, HDL, 중성지방. 어떤 건 낮아야 좋고 어떤 건 높아야 좋다는데, 어느 것부터 봐야 할지 헷갈립니다.총콜레스테롤이 220이 나와서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HDL이 높아서 그랬던 경우도 있고, 총콜레스테롤은 정상인데 LDL이 문제인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치료지침을 찾아 정리하면서 알게 된 건, 봐야 할 숫자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먼저 답부터LDL 콜레스테롤부터 보세요. 총콜레스테롤이 아닙니다. 그리고 LDL의 목표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같은 140이라도 누구에게는 지켜봐도 되는 수치이고, 누구에게는 치료가 필요한 수치입니다.네 숫자는 각각 무엇인가콜레스테롤은 물에 녹지 않아서 혈액 속을 혼자 다니지..
부모님이 당뇨약을 드시고 계시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도 언젠가는 걸리는 걸까."그런데 막상 뭘 해야 할지는 막막합니다. 건강검진을 받고는 있지만 그걸로 충분한 건지, 몇 살부터 신경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이 잘 없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을 찾아보니 가족력은 명시된 위험인자였고, 검사 시작 시점도 정해져 있었습니다.먼저 답부터35세 이상이면 모든 성인이 선별검사 대상입니다. 그리고 직계가족 중 당뇨병이 있으면 35세 미만이어도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가족력은 "그때 가서 걱정할 일"이 아니라 지금 검사를 시작할 이유입니다.35세가 되기 전에 검사해야 하는 경우아래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선별검사를 권고합니다.위험인자직계가족(부모·형제) 중 당뇨병 병력과체중 또는 ..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사구체여과율 옆에 58, 55 같은 숫자가 찍히고 '감소' 표시가 붙어 있으면 덜컥합니다. 검색해 보면 '만성콩팥병 3기'라는 말이 나오고, 그다음엔 투석이라는 단어까지 보입니다.저도 이 항목을 처음 봤을 때 무슨 뜻인지 몰라 신장학회 자료를 찾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먼저 답부터한 번 낮게 나왔다고 만성콩팥병이 아닙니다. 진단하려면 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합니다. 결과지 한 장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만성'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일시적으로 떨어진 것과 오래 유지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사구체여과율이란 무엇인가콩팥에는 사구체라는 아주 작은 여과 장치가 있습니다. 사구체여과율(GFR)은 이 ..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빈혈은 없다고 나왔는데, 아래쪽에 페리틴이라는 낯선 항목이 낮게 찍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빈혈이 아니라면서 철이 부족하다니,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이 항목이 무슨 뜻인지 몰라 병원과 학회 자료를 찾아 정리했습니다. 알고 보니 두 숫자는 서로 다른 시점을 보고 있었습니다. 빈혈은 아니지만 철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몸에 저장해 둔 철이 먼저 바닥나고, 그것마저 다 쓰고 나서야 빈혈이 나타납니다. 페리틴이 낮은 건 빈혈보다 앞선 단계라는 뜻입니다.그리고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왜 부족해졌는가"입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헤모글로빈과 페리틴은 뭐가 다를까돈으로 비유하면 이해가 빠릅니다.헤모글로빈은 지금 지갑에 든 현금입니다. 당장 산소..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TSH 옆에 빨간 글씨로 '높음'이 찍혀 있으면 당황스럽습니다. 갑상선이라는 단어부터 낯설고, 옆에 있는 free T4는 정상이라고 나오니 더 헷갈립니다. TSH 수치 구간별 해석과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단 기준저는 이 소견을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검진 항목에 갑상선 검사가 들어오면서 결과지에 이 숫자들이 찍히기 시작했고, 무슨 뜻인지 몰라 학회 권고안을 찾아 정리했습니다.찾아보면서 가장 뜻밖이었던 건 이겁니다. 결과지에 '높음'으로 표시되어도, 학회가 말하는 '높음'과는 기준이 다릅니다.TSH만 높고 free T4가 정상이면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경우 대부분은 약을 먹지 않습니다. 임상에서 만나는 사례의 약 90%가 경증이고, 경증은 일반적..
위내시경을 받고 나면 소견서에 낯선 말들이 적혀 옵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무슨 뜻인지 모르는 채로 '위축'과 '화생'이라는 단어만 눈에 들어오면 덜컥 겁이 납니다. 검색해 보면 "위암 전 단계"라는 말이 나오고, 그다음엔 더 불안해집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궁금한 것 — 그래서 나는 몇 년마다 내시경을 받아야 하나 — 에 답해주는 곳은 잘 없습니다.기본은 2년 마다입니다. 40~74세라면 국가암검진에서 2년 주기로 위내시경을 받게 됩니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소견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매년 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다만 정도가 심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두 용어는 무슨 뜻일까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 점막이 오랜 염증으로 얇아지고, 위액을 만드..
10년쯤 전,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장에 다닐 때였습니다. 건강검진에서 복부초음파를 받았는데 지방간 소견이 나왔습니다.그런데 혈액검사 간수치는 정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간수치가 괜찮다는데 뭐."일이 바빴고, 몸 어디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지금 돌아보면 그때 확인했어야 할 게 있었습니다. 간수치가 아니라 결과지의 다른 숫자들이었습니다. 간수치가 정상이어도 지방간일 수 있습니다. 드문 일이 아니라 오히려 흔한 경우입니다.두 검사가 서로 다른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혈액검사와 초음파는 다른 걸 봅니다검사무엇을 보는가혈액검사AST · ALT · 감마GTP간세포가 손상되어 깨질 때 혈액으로 새어 나오는 효소의 양→ "지금 간세포가 망가지고 있는가"..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다가 소변검사 항목에서 ‘요단백 양성’ 또는 ‘단백뇨 의심’이라는 말을 발견하면 걱정이 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몸이 아프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신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하지만 건강검진에서 한 번 단백뇨가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신장병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이나 탈수, 발열, 감염처럼 일시적인 상황에서도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반대로 단백뇨가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콩팥 상태를 확인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단백뇨란 무엇이고 왜 생길까?우리의 콩팥에는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작은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가 있습니다.정상적인 사구체는 몸에 필요한 단백질이 소변으로 지나치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보면 공복혈당은 정상인데 당화혈색소가 조금 높게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검사한 혈당은 정상인데 왜 당화혈색소는 높게 나왔을까?”처음 보면 두 검사 결과가 서로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는 혈당을 바라보는 시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공복혈당 하나만 정상이라고 해서 최근 몇 달 동안의 혈당 상태까지 모두 정상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복혈당·당화혈색소·식후혈당은 무엇이 다를까?공복혈당은 보통 8시간 이상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검사하는 그 시점의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반면 당화혈색소(HbA1c)는 적..
밤에 잠이 들었는데 새벽마다 소변이 마려워 눈이 떠진다면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한 번 정도는 다시 잠들 수 있지만 두세 번 반복되기 시작하면 다음 날까지 개운하지 않고 피로가 남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밤에 소변 때문에 자주 깨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단순한 수분 섭취 습관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방광 문제, 남성의 전립선비대증, 당뇨병, 복용하는 약 등과 관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밤에 소변 때문에 깨는 것을 야간뇨라고 한다잠을 자던 중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일어나는 증상을 보통 야간뇨라고 합니다.한 번 화장실에 갔다고 해서 모두 질환이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